‘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도입’...“역사적 의미 퇴색시켰다”

추광규 기자 | 기사입력 2019/12/28 [14:40]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 도입’...“역사적 의미 퇴색시켰다”

추광규 기자 | 입력 : 2019/12/28 [14:40]

▲ 논산 훈련소 입영 장정들이 부모님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방부

 

 

양심적 병역거부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대체역의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안’과 ‘병역법 개정안’이 27일 국회를 통과한 가운데 군인권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쟁없는세상,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들이 유감의 뜻을 표했다.

 

단체들은 27일 논평을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수행할 수 있는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이 헌법에 반한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 이후 1년 6개월 만이다”면서 “그러나 1만 9천여 명이 넘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감옥살이를 한 후에야 어렵게 도입되는 대체복무제는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를 보호하기보다는 오히려 침해하고 있으며, 제도 시행의 편의를 위해 인권과 평화의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오랜 시간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대체복무제 도입을 요구해 왔던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그 역사적 의미를 퇴색시키는 법을 통과시킨 국회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속해서 “이번 법 개정으로 현역병 복무 기간의 두 배에 달하는 36개월을 교정시설에서만 합숙 근무하도록 하는 징벌적 성격의 대체 복무가 시행될 예정”이라면서 “이는 헌법재판소가 결정문을 통해 명시한 것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단체들은 “또한 개정된 법은 대체복무 심사위원회를 병무청 산하에 두고 위원장 제청권을 국방부 장관에게 주고 있어 ‘대체복무 심사의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심사기구를 국방부·병무청과 분리하여 설치’하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묵살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회에서 통과된 개정안은 정부안의 문제점을 전혀 개선하지 못했을뿐더러 어떤 면에서는 정부안보다 후퇴했다”면서 “법안의 문제점을 살펴보면, 현역 군인의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양심의 자유를 제한하고 있고, 사전 고지 의무 조항을 삭제하여 국민의 권리임을 알려야 할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문제점을 들었다.

 

계속해서 “심사위원의 구성 비율을 조정하고 심사위원장을 국방부 장관이 제청할 수 있도록 한 것 등은 심사위원회의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정부안보다 후퇴한 것”이라면서 “여성심사위원의 비율 조항을 삭제한 것 또한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또한 한국 정부에 수차례에 걸쳐 대체복무 도입을 촉구해온 유엔 등 국제기구의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데이비드 케이 유엔 의사·표현의 자유 특별보고관과 아흐메드 샤히드 유엔 종교·신념의 자유 특별보고관은 지난 11월 28일 한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한국이 도입하려는 대체복무 법안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첫 도입이라는 역사적 의미는 이러한 여러 문제점으로 인해 크게 퇴색되었다”면서 “뿐만 아니라 시작부터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하거나, 병역거부자들이 제대로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국방부와 병무청으로부터 충분히 독립적이지 못한 심사위원회에서 병역거부는 권리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일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유엔 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권고가 계속될 것 또한 불 보듯 뻔하다”고 전망했다.

 

단체들은 이 같이 전망한 후 “그동안 병역거부권 보장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해 활동해 온 우리는 다시 문제투성이 대체복무법을 개정하기 위한 활동을 펼칠 것”이라면서 “정부와 국회는 대체복무제가 시행되기 전에 예상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한 법 개정에 즉각 나서야 한다. 조속한 법 개정을 통해 그동안 국내⋅외 인권⋅평화 시민사회단체, 유엔 등 국제기구, 국가인권위와 헌법재판소 등 국내 기구들에서 제시한 원칙이 제대로 구현되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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